최근에 벌새를 봤다.

사전 정보로는 1994년도 배경이라는 것 그리고 여중생이 주인공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갔다.

표지에서만 봐도 무언가 먹먹함이 전해져온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뻔한 여중생이 갖는 우울함에 대해 또 누가 죽겠구나 또 누가 괴롭히겠구나 이런 정도 생각을 갖고 갔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었다.

 

내가 봤던 벌새는 한 보편적이고 평범한 여중생이 특별해지는 과정 그니까 어른이 되는 성장영화다.(어른이 되진 않지만)

요즘에는 중2병이라고도 일컫는 만큼 중요한 시절에 있는 주인공 여중생은 

가족 혹은 주변인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위로받는다.

 

이 두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 영지쌤이 주인공에게 차를 타주던 장면

 - 주인공이 저번학기 까지만해도 자신을 좋아하던 여후배에게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여후배가

   "언니 그건 저번학기 잖아요" 라고 대답했던 점

 

나는 보통의 남자고 남자로 살면서 나의 어릴 때를 고민해보면 세상을 부셔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은데

영화속의 주인공은 세상을 좀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런 점이 좀 나와는 다른 사춘기 였구나 싶다.

 

영지쌤 같은 경우에 약간 판타지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좋은 선생님으로 나오는데

내가 생각했던 건 정말 판타지라고 

벌새를 보고 온 다른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생각보다 그런 어른들이 많았다고 한다.

보통 학교에선 잘 없고 학원에서 그리고 대학생 신분의 선생님들이 좀 학생들을 잘 이해해주고 받아주려고 한다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왠지 그럴거 같다.

세상에 때묻지 않은 착한 선생님들은 그럴거 같다.

 

김새벽이 나오는 영화인 줄 알았으면

기대를 꽤 하고 갔을텐데

가서 김새벽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좀 반가웠다.

예전에 한여름의 판타지아에서 보고 처음 보는거 같다.

분명 그 때 이제 이 배우를 좋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는데 어느날인가 부터 잊혀졌다.

다시금 생각나게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김새벽이 피는 담배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보기 좋게 핀다.

남자들이 우악하게 피는 담배와는 또 다른 어떤 담백하게 핀다랄까 지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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