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부터 고민했었던 여행을 떠났다.

어제 갈까 했었는데 마음의 준비가 덜 됐었나보다 늦게 일어났다.

각설하고 

목적지는 안성의 미리내성당이었고 시외버스를 타고

안성을 간 다음에 시내 버스를 타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안성에 도착해서야 알게 됐는데

문제는 배차간격이었다.

분명 버스는 있지만 배차간격이 400분이다. 또 다른 버스는 8시 30분과 7시 30분이던가 무튼 하루에 두번 움직인다.

그냥 어딜 떠날 때 대충 목적지만 정하고 움직이는 버릇이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보니 버스가 있었고 그냥 그거 타면 되겠지 싶어서 안성에 도착했는데

보니까 배차간격이 저랬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두 발이 멀쩡한데 굳이 하고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 4시간 30분쯤 뜨더라

걸음도 혼자 걸을 땐 느린편이 아니니 한 4시간 좀 안되서 도착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인도가 별로 없고 다 차 쌩쌩 다니는 곳이 대부분이라. 한참이 걸렸다.

중간에 택시도 없고 버스도 없고.. 걷는것 외엔 대체가 불가능했다.

 

그래 어짜피 걷는거 중간에 저수지가 보여서 잠깐 구경도 하고 그랬다.

사실 목적지에 가는 과정에 너무 좋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양 옆이 논이나 저수지로 넓게 퍼져 있는 곳이나

중간에 만났던 물레방아같은 것들이다.

애초에 버스도 안다니는 거리를 사람이 다닐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 널븐 곳에 나혼자 걷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분이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가끔씩 드는 불안함 (나밖에 없다라는 감정)만 빼면 더욱이 좋았는데

사실 사람 많이서 드는 불안함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처음엔 가능하면 목적지가는 길에 차도를 피하려고 공사중인 곳이라고 해도 그냥 그쪽으로 걸어다녔으나

도착 지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곳에선 너무 지쳐서 그냥 차가 비켜가겠지 하고 반 포기 상태로 차도로 다녔다.

 

미리내성지에 도착하면 뭔가 더 많은 것들이 보일줄 알았는데.

대부분 길이 공사중이어서 골목 골목 돌아다니기는 별로 였다.

성당에 들어가서도 뭘 해야될지 몰랐다.

예전에 크리스마스 이브였나 미사드리는 시간에 한 번 가본게 다라서.

앉아서 기도를 해야하는건지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일케 십자가를 그려야하는건지 그네들의 예절을 잘 몰라서

그냥 서서 기도하고 십자가도 한번 그리고 나왔다.

 

그래도 거기서 보는 풍경들은 어쩜 그렇게 선명하고 성스러운지.

성당이 여기에 있어서 성스러운건지 아니면 성스러운 장소에 성당을 지은건지 모를일이지만.

유독 장마가 끄친 뒤 내리 쬐는 해가 강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장소를 지켜보는 일은 아무리해도 좋았을 것 같다.

 

걸어온 시간에 비해 머문 시간은 짧았다.

너무 지쳐 있었다.

어디 앉아서 한참 보고 싶었는데 

생수가 천원인데 그마저도 품절이었다.

너무 땀 많이 흘린 날이라. 물이 간절했기 때문에..도리 없이 일찍 나왔다.

 

올 땐 그냥 택시타고 나온건.. 안자랑..ㅠㅠ

미리내성지
가는길 오르막길
엄청 큰 전신주가 있길래
적가 힐링촌이라는데 너무서웠다.
성지 앞에서 찍은거던가... 무튼 뒤돌아봤을 때 풍경이 너무 성스러워서 찍었다. 공사중인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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