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힘
스무살 언저리쯤엔 죽는 것이 가장 나다운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태어난 것은 수많은 가능성중에 하나였지만, 죽음을 선택하는건 나 그 자체란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무식할만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항해 내가 유일하게 오롯이 나의 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당시에 내가 죽음을 빗겨나갈 수 있었던건 죽는걸 너무 무서워 했기 때문이다.
그 때 만큼이나 지금도 불안한 삶을 살고 있지만 죽어야 한다거나 죽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류의 생각은 이젠 안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에서야 왜 죽지않고 살아있느냐 물어보면 나는
아직도 살아있기 떄문이라고 대답할거 같다.
에세이나 자존감 넘치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면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자신의 꿈이라거나 자신이 책임져야할 아이를 위해라거나 하는 그런 것들 나는 뭐 아이도 없고 책임져야할 것들이 없다.( 있다면 부모님 정도는 있지만 나 없어도 어떤식으로든 잘 사시겠지라는 생각)
나는 그게 안된다. 나는 오히려 미래를 생각하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이미 나는 서른살이 되었다.
그동안 나를 키워줬던 사람들
나를 사랑해줬던 사람들
내가 보고 듣고 행복을 느꼈던 추억들
그 모든 것들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나는 나의 과거를 보며 내안에 깃든 누군가의 따뜻함을 기억한다.
삶도 하나의 관성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기 떄문에 살고 있는거다.
미래라는 불확실성이 주는 마찰을
과거의 내가 받은 따뜻함이라는 윤활류로 삶의 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니 내가 과거에 집착하고 이러고 살고 있는건 내 삶에 윤활류를 뿌려주는 일이다.
과거에 집착한다고 나 자신을 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